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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네 옥탑방 일상] "처음 키우시는데 보더콜리 믹스요?" 수의사 선생님이 걱정했던 이유

안녕하세요! 행복이 엄마입니다.

 

행복이네 첫날 이야기에 이어, 오늘은 본격적으로 '진짜 가족'이 되기 위해 눈물겹게 적응했던 초기 3개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보려 합니다.

한밤중에 기습 입양을 당하고 바로 다음 날인 8월 13일 아침, 저희 부부는 눈을 뜨자마자 행복이를 품에 안고 동물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강아지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아는 게 전무했으니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했죠.

 

🩺 수의사 선생님의 동공 지진 "보더콜리 믹스요?!"

행복이를 유심히 진찰하시던 수의사 선생님께서 슬그머니 저희 부부를 보며 물으셨습니다.

 

"혹시 예전에 강아지 키워본 적 있으신가요?"

"아니요, 둘 다 처음인데요. 그냥 너무 예뻐서 데려왔습니다!"

 

남편이 천진난만하게 대답했죠.

그러자 선생님의 얼굴에 옅은 수심이 드리워졌습니다.

 

"아이고... 처음 키우시는 분들이 왜 이렇게 허들이 높은 '고난도' 반려견을 선택하셨어요.

이 녀석, 딱 보니 보더콜리 믹스견입니다.

보더콜리는 활동량이 엄청나고 머리가 영리해서 초보자가 키우기 정말 쉽지 않아요.

지금부터 유튜브 보고 공부 진짜 많이 하셔야 합니다. 미리 각오 단단히 하세요!"

 

'보더콜리'라니!

활동량 왕, 지능 순위 1위라는 그 대단한 강아지의 피가 흐르고 있다니 눈앞이 아찔했습니다.

초보 보호자였던 저희는 예방접종부터 위생 관리까지 하나하나 배우며 정신없이 첫해를 보냈습니다.

온몸으로 체감한 고난도 반려견의 무게였습니다.

 

👗 내 인견 잠옷을 사랑한 개구쟁이와 독박 육아

집에 돌아온 행복이는 본격적으로 자기 본능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이갈이를 하려는지, 아니면 심심했는지 제가 여름마다 교복처럼 자주 입는 하늘색 인견 원피스 잠옷 자락을 입에 물고 늘어지며 장난을 치기 시작하더군요.

 

엄마의 하늘색 잠옷 위에서 장난치며 놀고 있는 아기 강아지 행복이
적응 초기, 엄마 잠옷을 물고 늘어지던 개구쟁이 시절의 행복이.

 

사진에 박제된 저 역동적인 움직임이 보이시나요?

질기지도 않은 인견 쪼가리를 물고 놔주지 않던 귀여운 악마였습니다.

남편은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밤늦게나 들어오니, 결국 행복이와의 치열한 적응기는 오롯이 제 몫이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서너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껌딱지처럼 붙어 지냈죠.

낯선 공간에서 엄마와 떨어져 적응하느라 힘들었을 행복이를 위해 지극정성으로 보살폈습니다.

소파에서 발을 쭉 뻗고 자는 모습을 볼 때면 힘들다가도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죠.

그렇게 5개월간 서로 눈물겹게 부딪치며 우리는 진짜 가족이 되어갔습니다.

 

소파 위에서 편안하게 누워 잠든 아기 강아지 행복이
하루 종일 놀다가 소파에서 그대로 잠들어 버린 행복이.

 

🌱 솔직히 말하면, 저도 적응이 쉽지 않았습니다

사실 힘들었던 건 행복이만이 아니었습니다.

행복이는 엄마와 형제들과 떨어져 낯선 집에 와야 했고, 저 역시 갑자기 완전히 다른 생활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때 저는 일도 하고 영어 공부를 하며 제 나름대로의 생활 패턴이 있었는데, 행복이가 온 뒤부터는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잠깐 외출할 때도 신경 쓰이고, 공부를 하다가도 자꾸 행복이가 뭘 하고 있는지 눈길이 갔습니다.

밥은 먹었는지, 어디 아픈 건 아닌지, 혼자 심심해하지는 않는지, 하루 종일 작은 아기 하나에게 시선이 쏠려 있었죠.

솔직히 말하면 처음 몇 달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내가 괜히 데려온 건 아닐까?' '잘 키울 수 있을까?'

혼자 울컥했던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행복이가 새로운 가족에게 적응하느라 애쓰던 만큼, 저 역시 '강아지 엄마'가 되어 가는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서열은 1위인데, 사랑은 2위?" 억울한 엄마의 독박 육아

그런데 정말 억울한 게 하나 있습니다.

밥 주고, 똥 치우고, 간식 챙기고 잠옷까지 뜯겨가며 키운 건 저인데 행복이는 밤늦게 퇴근하는 아빠만 보면 눈에서 꿀이 떨어집니다.

반면 저는 "내려와." 한마디만 해도 소파에서 후다닥 내려옵니다.

누가 집안 실세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녀석이지만, 사랑만큼은 늘 아빠 편입니다.

가끔은 억울하지만, 또 그런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나옵니다.

 

집에서 생활하며 놀고 쉬는 행복이의 어린 시절 모습들을 모은 사진
정신없었지만 행복이와 함께 웃고 울며 가족이 되어 가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

 

엄마의 권력도, 호랑이 같은 눈빛도 아빠를 향한 행복이의 불타는 사랑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더라고요.

가끔은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 아니, 머리 까만 강아지는 키워봐야 소용없다'는 옛말이 떠올라 헛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도 저를 가만히 올려다보는 그 까만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그저 건강하게 우리 곁에 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초보 엄마 아빠 밑에서 씩씩하게 눈치 보며(?) 적응해 준 행복이의 아기 시절 이야기, 재밌으셨나요?

다음엔 이 영리한 녀석이 어떻게 저희 집의 진짜 왕이 되었는지, 본격적인 성장기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