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이를 키우며 포기한 것, 그리고 얻은 것
사실 우리 행복이는 목욕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찌나 눈치가 빠른지, 집에서 목욕물을 좀 데운다 싶으면 벌써 옥상 화장실 구석 끝에 가서 도망가 숨어 있더라고요.
아무리 불러도 절대 안 오기 때문에 결국 아빠가 강제로 안고 모셔 와야 목욕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옥탑방 마당에서 행복이가 흙 밟고 마음껏 뛰어놀게 하는 걸 좋아해서, 일부러 목욕을 너무 자주 시키거나 발을 과하게 닦아대며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편입니다.
🎾 청소 집착을 잊게 만드는 옥탑방 '공 집착러'의 하루

게다가 옥상 문을 조금 열어두었더니, 이곳은 완전히 행복이만의 천국이 되었습니다.
집에서는 세상 얌전한 아이가 옥상만 나가면 눈빛이 싹 변하거든요.
분홍색 핑퐁 공을 던져 달라고 눈빛을 반짝이며 입에 물고 달려오기도 하고, 자기 몸집만 한 푹신한 베개를 꼭 껴안고 물고 뜯으며 몇 시간씩 신나게 구르곤 합니다.
또 긴 장난감을 양 앞발로 꼭 쥐고 엎드려서 집중 모드로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면, 저렇게 좋을까 싶어 절로 이뻐 미소가 지어집니다.
옥상 마당을 자기 세상인 양 뛰어다니는 행복이를 보고 있으면, '참 옥탑방으로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 깨끗한 집 대신 얻은, 훨씬 더 행복한 집
물론 이런 자유 뒤에는 엄마, 아빠의 큰 결심이 있었습니다.
원래 저나 행복이 아빠나 성격이 워낙 깔끔한 편이라 평상시에도 청소를 엄청나게 열심히 하던 집이었거든요.
늘 바닥 하나만큼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었는데, 행복이를 키우면서부터는 이놈의 '털 문제'만큼은 어느 정도 눈을 감아야겠더라고요. 이걸 인정하고 내려놓지 않으면 강아지를 키울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처음에는 털갈이 시기만 되면 스트레스받아서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중간중간 하루에 네다섯 번씩 청소기를 돌려댔습니다. 정전기 부직포 청소 포를 들고 다니며 바닥을 닦아대느라 하루가 다 갔었지요.
그런데 집착할수록 사람도 스트레스고 강아지도 눈치를 보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가족은 규칙을 바꿨습니다.
옥상 문을 그냥 언제든지 들락날락할 수 있도록 늘 조금씩 열어두기로 한 것이지요.
그렇게 완전히 개방해 주었더니, 신기하게도 행복이가 대소변을 전부 집 밖 마당에서 해결하고 들어오더라고요.
덕분에 집 안에서는 대소변을 전혀 보지 않아서 강아지 키우는 집 특유의 냄새가 확실히 적은 편입니다.
그리고 바닥의 완벽한 청결은 조금 내려놓는 대신, 전 식구가 집 안에서 무조건 실내화를 착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우리 집에 오는 손님들도 누구든지 들어오면 무조건 실내화를 신기게 하니, 바닥에 털이 좀 떨어져 있어도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어졌습니다.
여기에 얼마 전 반려동물 특화 기능이 있는 로봇 청소기까지 큰맘 먹고 임대를 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바닥에 털이 보일 때마다 청소기를 들고 닦아대느라 바빴겠지만, 지금은 옥상에서 베개를 물고 신나게 뛰어노는 행복이의 모습을 보며 바닥의 털쯤은 웃으며 넘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완벽하게 깨끗한 집 하나를 내려놓은 대신, 우리 가족은 훨씬 더 웃음이 가득한 집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웃음의 한가운데에는 늘 흙 묻은 발로 옥상을 뛰어다니는 행복이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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