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행복이네 맞춤 옷장'의 행복이 엄마입니다.
지난주 어정쩡한 핏으로 해탈했던 행복이의 공룡 티셔츠 착용샷, 다들 기억하시죠?

그 사진을 들고 이번 주 월요일, 관악문화센터 평생교육원 문이 열리자마자 일찍 가 선생님께 피드백을 요청했습니다.
📐 1. "분명 고쳤는데... 행복이 목이 더 답답해졌습니다"
선생님께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목선이 너무 내려갔고 앞다리 암홀 부분이 불편해 보인다"라며 수정을 가하자고 하셨습니다.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목선은 위로 올리고 암홀은 더 깊게 파는 교정 안을 열심히 그렸습니다.

그때는 "아하, 그렇구나!" 하고 열심히 배워서 집에 와 복습을 해봤는데, 아뿔싸.
집에 와 다시 패턴을 펼쳐놓고 줄자를 대봤습니다.
"어?"
이상했습니다.
목선은 예뻐졌는데 행복이 목둘레는 오히려 37cm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행복이는 최소 38cm는 나와야 편하게 입는데 말이죠.
결국 다음 주 수업에서 다시 선생님과 머리를 맞대야 하는 숙제가 생겼습니다.
🐻 2. 키티는 우리 애 취향이 아니라서요, 과감한 마이웨이 프릴 선택
오늘의 본 수업 내용은 원래 귀엽고 아기자기한 '애견 조끼와 산책가방 만들기'였습니다.
샘플로 보여주신 분홍색 조끼는 참 여리여리하고 예쁘더라고요.

강의실의 다른 보호자들도 핑크 핑크한 원단이나 헬로키티 같은 아기자기한 디자인을 많이 고르셨습니다.
하지만 우리 바둑이 행복이는 핑크 리본 보다 들판에서 공 물고 뛰어다니는 게 더 잘 어울리는 녀석입니다.
결국 저는 또 혼자 마이웨이를 걸었습니다.
과감하게 파란색 조끼 원단을 고르고, 뒤에 달아줄 프릴로는 곰돌이가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초록색 무늬 원단을 픽했습니다.
강의실에서 이런 강렬한 프릴을 고르는 사람은 이번에도 저밖에 없었지만, 행복이에게 찰떡일 걸 알기에 후회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 3. 사이즈가 크면 바느질이 편하다는 건 착각이었습니다
행복이의 우람한 피지컬을 보신 선생님께서 이번엔 XL도 안 되겠다며 '2XL'로 가자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2XL 교본을 떴습니다.

천 위에 대고 재단을 하려고 펼쳐놓으니 다른 사람들의 미니 엄지손가락만 한 강아지 옷 교본에 비해 제 것은 거의 대형 돗자리 수준으로 컸습니다.

처음엔 '오, 사이즈가 크니까 앞다리가 들어가는 암홀 공간도 널찍해서 남들보다 바느질 손길이 덜 끼이고 편하겠는데?' 하고 만만하게 생각했습니다. 네, 아주 큰 착각이었습니다.
큰 옷이면 바느질하기 쉬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정반대였습니다.
직선은 괜찮았지만, 문제는 암홀과 밑단의 긴 곡선이었습니다.
큰 원단을 손으로 계속 받쳐가며 방향을 틀어야 하니 집중력이 금방 바닥났습니다.
남들은 한 벌을 거의 끝낼 때 저는 아직 절반.
그제야 큰 옷이 더 쉬운 게 아니라 더 오래 걸린다는 걸 알았습니다.
🧵 4. "프릴은 당기기만 하면 된다더니..." 결국 다 뜯었습니다
사실 이날 오전 저를 가장 괴롭힌 건 암홀도, 미싱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등판에 달 곰돌이 프릴이었습니다!
선생님은 긴 천을 한 줄 크게 박은 뒤 실만 살살 잡아당기면 예쁜 주름이 만들어진다고 하셨습니다.
옆자리 분들은 정말 그렇게 되더라고요.
살살 잡아당기니 금세 예쁜 프릴이 완성됐습니다.
.
그런데 우리 행복이의 2XL 프릴은 길이가 어마어마하게 길잖아요.
양쪽 끝을 잡고 당기는데 천이 길다 보니 양쪽에서는 주름이 잡히는데 가운데는 끝까지 버티더라고요.

이 엉성한 프릴을 조끼 등에 꾸역꾸역 달고나서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고 등을 펼쳐 봤습니다.
그런데...
프릴이 아니라 구겨진 커튼 같았습니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기껏 달아놓은 프릴을 실뜯개로 통째로 다 뜯어내야 했습니다.
긴 프릴을 다시 뜯고, 엉성한 주름을 다시 잡아보고, 또다시 박느라 여기서 엄청난 시간을 까먹고 말았습니다.
암홀 때문에 진도는 이미 느렸는데, 프릴까지 다시 뜯어내니 오전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더 하고 싶었지만, 점심시간에는 회사로 뛰어가야 하는 직장인 엄마.
미싱 전원을 끄고 다시 사무실로 달려가면서도 머릿속에는 프릴 생각뿐이었습니다.
행복이는 아마 옥탑방에서 "엄마 언제 오지?" 하며 공 던져주기만 기다리고 있었겠죠.
'[엄마의 도전] 맞춤옷 만들기 > 우당탕퉁탕 재봉틀 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엄마의 도전] 미싱 4일 차 오전: XXL 목욕 가운 만들다 수성펜 때문에 멘붕 왔습니다 (0) | 2026.08.14 |
|---|---|
| [엄마의 도전] 미싱 3일 차 오후: "엄마... 행복이는 프릴보다 넥타이가 어울려." (0) | 2026.08.07 |
| [엄마의 도전] 미싱 2일 차 오후: 주머니 달다가 어깨까지 같이 박아버렸습니다 (공룡 민소매 완성) (0) | 2026.07.24 |
| [엄마의 도전] 미싱 2일 차 오전: 우리 집 강아지는 XL 등길이에 XXL 목을 가졌습니다 (feat. 공포의 오버록 미싱) (0) | 2026.07.17 |
| [엄마의 도전] 미싱 1일 차 오후: 첫 작품은 실패! 행복이에게 입혔다가 엄마가 식은땀 흘린 이유 (0) | 2026.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