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행복이네 맞춤 옷장'의 행복이 엄마입니다.
오전에 2XL급 대형 곰돌이 프릴 주름을 잡느라 실뜯개로 온통 사투를 벌이고, 점심시간에 회사로 전속력 질주를 했던 이야기 다들 보셨죠?
오늘은 그 땀내 나는 월요일 하루의 마침표, 오후 수업의 부자재 사투와 대망의 행복이 시착기를 풀어봅니다.
🔨 1. 연두색 단추와 악력 테스트, 그리고 감격의 조끼 완성
우여곡절 끝에 조끼 앞뒤 판을 다 붙이고, 마지막 부자재인 똑딱이 단추(가시도트)를 달 차례가 왔습니다.
다른 수강생들의 소형견 옷은 간격이 좁아서 아기자기한 맛이 있던데, 우리 행복이 옷은 워낙 거대하다 보니 단추 세 개를 다는데도 간격이 어마어마하더라고요.
단추 색상은 조끼의 파란색 톤에 맞추기보다, 뒤판 곰돌이 프릴의 초록색에 맞춰 눈에 띄는 연두색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이 똑딱이 단추 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구멍 뚫는 펀치 비슷하게 생긴 작은 기계틀에 단추 위치를 정확하게 맞춘 다음 온 힘을 다해 눌러야 하더군요.
손아귀 힘이 엄청나게 필요해서 쉽지 않았지만, 다른 수강생들과 번갈아가며 끙끙댄 끝에 마침내 예쁘게 단추를 박아 넣었습니다.

앞뒤를 딱 펼쳐놓고 보니 제 눈엔 정말 눈물 나게 예뻤습니다.
선생님도 "생각보다 색 조합이 예쁘다."고 하셨습니다.
속으로는 '이 옷 우리 행복이가 입으면 괜찮겠지?' 하고 안심했습니다.
👜 2. 자투리 천으로 만든 미완성의 산책 가방
조끼를 끝내고, 산책할 때 손목에 걸 조그만 미니 가방 만들기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이 강의는 XL 크기까지만 원단이 제공되는데, 나 홀로 2XL을 만들다 보니 천 소모가 엄청나서 선생님께 괜스레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조끼랑 세트로 맞추고 싶어 조끼 천과 곰돌이 프릴 천 자투리를 영끌하듯 모았습니다.
마지막 남은 조각들을 짜맞추다 보니 기존 교본 사이즈는 포기했습니다.
남은 천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제 마음대로 재단했죠.

직선 박기라 쉬울 줄 알았는데, 안쪽에서 사방을 박고 뒤집었을 때 뭉툭해지는 모서리 각을 바늘로 끄집어내며 잡느라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습니다.

가방끈을 달 준비까지 마쳤을 때 야속하게도 수업 마침 종이 울렸습니다.
수강생 절반은 이미 완성 직전이었는데, 저는 끈을 채 달지도 못한 미완성 상태로 짐을 싸야 했습니다.
회사로 다시 뛰어 들어가야 하는 직장인 엄마라 남아서 나머지 공부를 할 수도 없었기에 아쉬움이 컸습니다.
다음 수업에 일찍 가서 마저 박고 싶지만 9시 40분에나 문을 열어주니 시간이 촉박할 것 같습니다.
행복이 전용 산책 세트를 완성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조금씩은 앞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3. "우리 행복이는 잘생긴 암컷입니다" 가족들의 패션 총평
퇴근 후 조끼를 소중히 들고 집으로 와 행복이에게 시착을 해보았습니다.
마침 집에 온 딸아이에게 자랑스럽게 "엄마가 완성했다! 이쁘지?" 하며 보여주었죠.

가만히 서 있는 행복이를 진지하게 바라보던 딸이 툭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엄마.... 너무 건강한 친구에게 너무 아기자기한 걸 입힌 느낌이야."

그 말을 듣고 행복이 표정을 보니 정말이지 영 탐탁지 않아 하는 해탈한 얼굴이었습니다.
옆에서 아빠가 "아이고 이쁘다, 우리 행복이!" 라고 달래봐도 행복이의 시크한 표정은 풀릴 기미가 없었죠.

이번 옷을 통해 우리 가족 모두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우리 행복이는 암컷이긴 하지만 '예쁘다'보다는 '잘생겼다'가 어울리는 선이 굵은 아이라는 것을요.
대신 하나는 확실해졌습니다. 프릴은 행복이와 맞지 않았습니다.
다음 옷에는 프릴 대신 넥타이를 달아볼 생각입니다.
잘생긴 우리 행복이에게는 그게 훨씬 잘 어울릴 것 같거든요.
그리고 자세히 보니 암홀 다리 부분은 지난번보다 확실히 편해졌는데, 목선이 올라오면서 목 부분이 여전히 살짝 불편해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1~2cm 정도 치수를 더 넉넉하게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비록 딸내미의 팩트 폭행에 프릴 조끼는 행복이의 흑역사(?)로 남을 것 같지만, 실패를 해봐야 진짜 어울리는 옷을 찾을 수 있는 법이니까요.
미완성인 가방도 끈을 마저 달고, 행복이의 넥타이 수트 핏을 완성하는 그날까지 초보 엄마의 미싱방 생존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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