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난도의 오후 미션, 노란색 바이어스 사투기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오후 수업의 핵심은 바로 저 노란색 긴 천, 일명 '바이어스' 작업이었습니다.
이걸 선생님은 '대문 접기'라고 부르시더라고요.
옷 전체 테두리를 따라 이 바이어스를 쭉 둘러 가며 박아야 하는 미션이었습니다.

처음엔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어마어마한 양의 시침핀이 필요했습니다.
직선은 물론이고 둥근 곡선 부분까지 일일이 핀을 꽂아 고정하는 것부터가 초보인 저에게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우리 행복이는 다른 강아지들에 비해 덩치도 크고 2XL 사이즈다 보니, 둘러야 할 길이도 훨씬 길고 많더라고요.

미싱 앞에 앉아 숨을 죽였습니다.
곡선 부근을 예쁘게 밟아 나가야 하니 핀을 정말 촘촘하게 꽂아두고, 조금 박고 핀 하나 빼고, 또 조금 박고 핀 빼고...
옷감을 조심조심 돌려가며 온 신경을 집중해 바느질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목 부분은 정말 최고 난도였습니다.
목 둘레만 해도 후드 천에, 가운데 천에, 아래 들어가는 천까지 겹쳐서 몇 겹이나 되다 보니 두께감이 어마어마하더라고요.
겹수가 많으니 미싱 바늘이 지나갈 때 덜덜거려서 초보에겐 참 땀을 쥐게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 엉성하지만 뿌듯한 완성, 그리고 찍찍이의 마법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드르륵드르륵 열심히 달린 끝에, 드디어 옷 전체에 노란색 바이어스 테이프를 한 바퀴 쫙 돌려 박는 데 성공했습니다!
비록 미싱 전문가가 보기엔 바느질이 조금 엉성하고 삐뚤빼뚤할지 몰라도, 제 눈에는 그렇게 깔끔하고 예뻐 보일 수가 없더라고요. 가슴속에서 뭉클한 뿌듯함이 싹 밀려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밈 부분에 하얀색 찍찍이(벨크로)까지 튼튼하게 붙여주니 드디어 제 손으로 만든 행복이표 목욕 가운이 완성되었습니다.
비록 낮에 저지른 초록색, 파란색 일반 수성펜 자국들이 천 군데군데 선명하게 살아 숨 쉬고 있지만, 뭐 어떻습니까.
행복이가 입을 건데 이것도 다 엄마의 정성 어린 훈장 아닐까 하며 너스레를 떨어봅니다.

우리 행복이는 따로 미용을 하지 않는 아이라 털이 길어서 목욕을 한 번 하고 나면 말리는 것도 큰일입니다.
그래서 예전에 큰맘 먹고 중대형견용 커다란 펫 드라이룸을 장만해 두었었지요.
목욕 후에 드라이룸에 넣어서 말리다가, 중간에 꺼내서 빗질 한 번 싹 해주고, 다시 넣어서 바짝 말리는 식으로 관리를 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은 굳이 목욕 가운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 집에 목욕 가운이 단 한 벌도 없었습니다.
그냥 물 흡수가 잘되는 손걸레 같은 수건을 대여섯 장씩 꺼내서 닦아주고 말리는 게 전부였지요.
그래서 이번 미싱 수업에서 목욕 가운을 만든다고 했을 때 내심 참 기뻤던 것입니다.
덩치가 큰 행복이를 위해 열심히 만들면서도 '혹시 안 맞으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학원 선생님께서 "사이즈가 워낙 크니 행복이한테 절대 작지 않을 거다, 충분하다"라며 안심시켜 주시더라고요.
🧹 행복이를 키우며 포기한 것, 그리고 얻은 것
행복이는 목욕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을 받기 시작하면 어느새 옥상 화장실 구석으로 숨어버립니다.
결국 아빠가 안고 와야 목욕이 시작되지요.
그래도 저는 일부러 너무 자주 목욕을 시키지는 않습니다.
옥상에서 마음껏 뛰노는 행복이를 보는 게 더 좋기 때문입니다.
털은 많이 날리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예전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청소기를 돌렸는데, 행복이와 함께 살다 보니 완벽한 집보다는 함께 편하게 지내는 집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대신 로봇청소기의 도움을 받고, 실내화를 신는 규칙을 만들면서 저희 가족만의 방법을 찾았습니다.
🐕 2XL 곰돌이 가운, 첫 시착의 날!

집에 오자마자 행복이가 제일 좋아하는 예쁜 언니가 옷을 입혀주었습니다.
어찌나 신기한지, 좋아하는 언니 손길이라 그런지 행복이도 아주 얌전하게 가운을 입고 있어 주더라고요.

수업에서는 만들기만 끝나는 줄 알았는데, 직접 입혀보니 다음 패턴에서 수정해야 할 점까지 보였습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입혀놓고 보니 등 길이나 품이 아주 넉넉하게 잘 맞았습니다.
특히 배 판 쪽은 여유가 꽤 많아서, 나중에 다음 옷을 만들 때는 배 판 부분을 살짝 줄여서 패턴을 수정해도 좋겠다는 유익한 피드백도 스스로 얻었습니다.
가운을 입은 행복이의 표정을 보니 다행히 그렇게 싫어하지 않고 편안해 보여서 엄마 마음은 대만족입니다.
노란 바이어스를 박을 때 손을 덜덜 떨며 신중하게 작업했던 시간에 비하면, 첫 작품 치고 아주 성공적인 결과물이 나와서 참 감개무량합니다.
이번 수업에서 가장 크게 배운 건 바이어스를 예쁘게 박는 기술이 아니라, 서두르지 않고 한 땀 한 땀 천을 따라가는 인내심이었습니다.
다음엔 또 어떤 예쁜 옷으로 우리 XXL 장사 행복이를 패셔니스타로 만들어줄지, 벌써 다음 월요일 수업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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