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은 완벽했던 나그랑(래글런) 소매의 배색
오후 수업이 시작되고, 오전에 열심히 준비해 두었던 조각들을 하나씩 조합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맨 처음에 하얀색 천으로 앞다리 부분을 완성해 주었습니다.

양쪽 앞다리 끝에 화사한 노란색 시보리를 아주 기분 좋게 연결했지요. 그러고 나서 배판과 등판, 그리고 앞다리를 나그랑 소매로 엮어 연결해 주었습니다.

다리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아 들어가면서 제법 그럴듯한 옷 모양새를 갖춰 나가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어머, 나 정말 미싱 천재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 머리와 몸통이 따로 노는 대참사
문제는 그다음 단계인 후드 모자와 몸통을 연결하는 구간에서 터지고야 말았습니다.
가장 집중해서 박아야 하는 목둘레 부분이었는데, 제가 그만 후드의 겉면과 몸통의 겉면을 마주 보게 대고 박아야 하는 기본 공식을 깜빡 잊어버린 것이었습니다. 열심히 드르륵 다 박고 나서 기대감을 안고 싹 뒤집었는데, 뭔가 모양이 너무 이상하더라고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몸통은 안감이 겉으로 튀어나와 있고, 후드는 혼자 겉면이 훤히 나와 있었습니다. 머리와 몸통이 서로 겉과 안을 반대로 마주 본 채로 합체가 되어버린 것이지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습니다. 그 고난도의 두꺼운 목둘레 박음질을 다 끝마쳤는데, 이걸 다시 다 뜯어내야 한다니요. 결국 구석에 얌전히 찌그러져 앉아 저의 영원한 절친인 '실뜯개'를 소환했습니다. 한 땀 한 땀 눈물을 머금고 실을 뜯고 있는데, 저 멀리서 선생님이 제 처량한 모습을 보시고는 후다닥 달려오셨습니다.
"어머, 회원님! 뭐가 잘못됐어요?" 하시더니 제 옷을 보시고는 이내 웃음이 터지셨습니다. "괜찮아요, 원래 이런 경우 정말 많아요! 어떤 분은 목을 다 박았는데 모자가 뒤로 가 있는 경우도 있는걸요? 괜찮아요!"
선생님은 저를 위로해 주시려고 웃으며 농담을 던지셨지만, 저는 정말 눈물이 찔끔 날 것 같았습니다. 그 엄청난 두께를 정말 신중하게 겨우겨우 박았던 터라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더라고요.
🎓 눈물의 수료식과 마지막 30분의 야근(?)
이왕 엎질러진 물이니 마음을 비우고 열심히 실을 뜯어냈습니다. 그러고 나니 이미 시간은 훌쩍 흘러 있었지요.
일단 뜯어낸 목 부분은 잠시 미뤄두고, 아래 밑단 부분에 노란색 시보리부터 튼튼하게 달아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떨리는 마음으로 목둘레 박음질에 재도전했습니다.
하필이면 이날이 평생교육원의 마지막 다섯 번째 수업 날이었습니다.
한쪽에서는 출석부 정리도 하고, 수료증도 나누어 주며 다 같이 기념사진을 찍느라 강의실 전체가 어수선하고 바빴습니다. 국민내일배움카드 출석 체크기 앞에서 마지막 체크도 해야 했지요. 다른 수강생 언니들은 벌써 다 완성해서 짐을 싸고 수료증을 받으며 집에 갈 준비를 하는데, 저만 여전히 재봉틀 앞에 앉아 목둘레와 씨름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퇴근 시간은 다가오고, 미안한 마음에 선생님께 슬쩍 여쭤보았습니다.
"선생님, 혹시 이거 꼭 오늘 다 완성하고 가야 하나요? 저 때문에 퇴근도 못 하실 것 같아서 죄송해서요...."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맞아요, 오늘 꼭 완성해서 제 핸드폰으로 완성 사진을 전송하셔야 마무리가 됩니다!" 하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해서든 오늘 여기서 끝장을 내고 가야 하는 운명이었던 것이지요.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던 건, 저 말고도 진도가 조금 늦은 동지 수강생 한 분이 더 계셔서 외롭지 않은 꼴찌(?) 사투를 벌일 수 있었습니다. 결국 정상적인 수업 시간보다 30분 이상을 훌쩍 넘겨서야 겨우겨우 완성본을 손에 쥘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수업만큼은 정말 멋지게 실수 없이 해내리라 다짐했건만, 결국 마지막 날까지 사람 긴장하게 만드는 우당탕퉁탕 생존기를 제대로 찍고 말았습니다. 이날 날씨도 어마어마하게 더웠던 터라, 온몸에 진이 다 빠져서 털레털레 집으로 걸어왔습니다.
💚 고양이를 품은 행복이 후드티 완성!
집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다행히 딸아이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땀을 식힐 틈도 없이 "얼른 이것 좀 행복이 입혀보자!" 하고 딸과 함께 옷을 펼쳤습니다. 우리 행복이의 XXL 우람한 다리 허벅지 뼈대가 혹시라도 꽉 끼거나 걸릴까 봐, 정말 조심조심 조심스레 다리를 벌려 소매에 집어넣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다리가 쏙 들어가자마자 행복이가 스스로 몸을 탁 털며 옷을 아주 편안하게 펴더라고요. 걱정했던 앞다리 사이즈 문제는 나그랑 소매 덕분에 기가 막히게 해결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자까지 씌워 놓으니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습니다. 모자 귀 안쪽에 숨겨둔 노란색 고양이 원단이 언뜻언뜻 보일 때마다 얼마나 재치 있고 귀여운지 모릅니다.

비록 다섯 개의 작품을 만드는 동안 행복이 몸에 정말 딱 맞춘 것처럼 완벽하게 맞았던 옷은 몇 개 없었던 것 같지만, 이번 도전기를 통해 많은 걸 배웠습니다. 우리 행복이처럼 목 근육과 허벅지가 발달한 독보적인 장사 체형에는 '나그랑 소매'가 정답이라는 아주 귀중한 교과서 같은 팁을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참 큰 수확이지요.
그리고 다음부터는 무슨 일이 있어도 목 부분과 몸통을 합체할 때는 눈을 부릅뜨고 안팎을 몇 번씩 확인한 후에 박아야겠다는 뼈아픈 교훈도 가슴 깊이 새겼습니다.
이렇게 우당탕퉁탕 60대 미싱 초보 엄마의 5주간 사투가 아름답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지금까지 정신없이 달려온 5번의 미싱 수업을 총정리해 보면서, 내일배움카드로 애견 패션 강좌를 들었던 솔직 담백한 총평을 한 번 차분하게 다듬어 볼까 합니다.
그동안 부족한 제 초보 미싱기를 유쾌하게 응원해 주신 이웃님들, 모두 모두 감사드립니다!
(마지막까지 엄마를 들들 볶아 완성해 낸 눈물의 고양이 귀 후드티를 입고, 한껏 늠름해진 행복이의 시착 풀 샷은 일요일 패션쇼 카테고리에서 곧 대공개하겠습니다! 😉)
'[엄마의 도전] 맞춤옷 만들기 > 우당탕퉁탕 재봉틀 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엄마의 도전] 미싱 5일 차 오전: 후드 티셔츠-가장 빨리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0) | 2026.08.28 |
|---|---|
| [엄마의 도전] 미싱 4일 차 오후: 목욕 가운 바이어스 하나 박는데 진이 따 빠졌습니다 (0) | 2026.08.21 |
| [엄마의 도전] 미싱 4일 차 오전: XXL 목욕 가운 만들다 수성펜 때문에 멘붕 왔습니다 (0) | 2026.08.14 |
| [엄마의 도전] 미싱 3일 차 오후: "엄마... 행복이는 프릴보다 넥타이가 어울려." (0) | 2026.08.07 |
| [엄마의 도전] 미싱 3일 차 오전: 선생님 말대로 고쳤는데, 행복이 목둘레가 더 작아졌습니다 (2) | 2026.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