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이 너무 과했던 걸까요?
지나간 2일 차 수업 때 강아지 기본 티셔츠 몸통만 만들고 '시보리'를 못 달고 끝난 게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집에 공업용 재봉이 없으니 복습할 수도 없고. 그래서 3일 차 수업 날, 수업시간보다 무려 40분이나 일찍 학원에 도착했습니다.
미리 가서 윗실, 밑실도 새로 감아보고, 지난번에 나를 울렸던 '쌈솔'도 연습해 볼 원대한 꿈을 안고 말이죠! 그런데 이게 웬걸요. 하필 그날따라 선생님도, 센터장님도 약속이라도 한 듯 정각에 문을 열어주시는 겁니다. 덮어놓고 빨리 간 저는 더운 복도에서 40분 동안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복습은커녕 도착하자마자 몸도 안 풀린 채로 바로 실전에 투입되었습니다.
"선생님. 시보리가 왜 3개밖에 없죠?"

오늘의 첫 임무는 강아지 옷의 꽃, '시보리' 달기!
선생님께서 시보리는 푸서 방향(결 방향)으로 재단해야 늘어남이 좋고, 강아지 털색에 맞게 고르는 게 예쁘다고 팁을 주셨습니다.
함께 수강하는 다른 분들은 깔끔한 검은색이나 짙은 네이비를 많이 고르시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알게 모르게 제 최애 색상인 '딥 그린'에 손이 갔습니다. 흰 바탕 원단에 딥 그린 시보리를 대보니 촌스럽지 않고 아주 고급스럽게 잘 어울렸거든요.
기분 좋게 재단을 시작하려는데, 아차! 집에서 밤새 열심히 계산해 둔 시보리 치수 종이를 집에 두고 온 겁니다. 결국 학원에서 부랴부랴 수치를 다시 계산해서 시보리를 잘라냈습니다.
그런데 재단한 시보리를 펼쳐놓고 한참을 바라보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잠깐만, 목 둘레에 하나.... 양쪽 팔에 두 개.... 그럼 밑단은??"
시보리는 총 4개가 필요한데, 무슨 정신이었는지 딱 3개만 준비해 둔 거 있죠? 혼자 아무 생각 없이 3개만 자르고 뿌듯해하고 있었으니.... 결국 가위 내려놓고 또다시 시보리 계산해서 하나 더 자르는 헛발질을 했습니다. 초보가 하는 짓이 다 그렇죠 뭐. 하하!
고난도의 2기 방식: 동그란 원형 시보리 당겨 박기 🧵

시보리는 양 끝을 1cm씩 박아 동그란 원형 링 형태로 먼저 준비해 둡니다. 그리고 몸통 원단과 결합을 해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진짜 고난도 테크닉이 들어갑니다.
시보리는 짧고, 옷 몸통 둘레는 훨씬 넓습니다. 이 짧은 시보리를 잡아서 쭉 늘려가며 옷 둘레에 딱 맞게 박아야 합니다.
배판 쪽 시접을 시작점으로 잡고, 원단과 시보리의 반/반 위치에 미리 가위집을 살짝 내어 중앙을 표시합니다. 그리고 시침 핀으로 딱 고정해 둔 뒤, 시보리를 팽팽하게 잡아당기면서 바느질 선을 따라 일정하게 박아나갔습니다.
사실 관악문화센터 1기 때 배웠던 시보리는 원형으로 만들지 않고 일자로 길게 잡고 당겨 박은 뒤 마지막에 시접을 한 번에 정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1기 방식은 바느질은 쉬웠지만 완성 후 시접이 살짝 지저분했거든요.
반면 이번 2기 논현에서 배운 '원형 시보리 박기'는 손은 훨씬 많이 가고 바느질도 까다롭지만, 완성하고 뒤집어보니 안쪽이 훨씬 깔끔했습니다. ‘아, 그래서 이렇게 번거롭게 하는구나.’ 그제야 조금 이해가 되더라고요.
위잉- 무서운 오버록과 뜻밖의 와펜

시보리를 다 박은 후에는 시접 처리를 위해 오버록 미싱으로 넘어갔습니다.
아, 이 오버록은 1기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무섭습니다. "위잉-!" 하고 돌아가는 소리도 너무 크고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초보 마음을 덜컥 내려앉게 만듭니다.
선생님이 알려주신 오버록 꿀팁! 노루발보다 원단이 아주 살짝 오른쪽으로 더 삐져나오게 자리를 잡고 살살 밟아줘야 칼날에 원단이 예쁘게 잘려 나가면서 오버록이 깔끔하게 쳐집니다. 속도 조절과 원단 위치 잡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신경 쓰느라 식은땀 좀 흘렸습니다. 그렇게 식은땀 흘리며 완성한 티셔츠! 그런데 옷을 다 펼쳐놓고 보니 무늬가 살짝 밋밋해 보이는 겁니다.
그때 마침 제 눈에 띈 아주 예쁜 빨간 머리 소녀 '열전사 와펜'! 다리미 열로 꾹 눌러서 등판 중앙에 딱 붙여주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떨어지지 않게 미싱으로 테두리를 돌려가며 박아주라고 하셨지만... 글쎄요, 이 조그만 와펜 테두리를 검은 실로 미싱을 돌린다? 이건 제 수준에 와펜을 다 망쳐놓겠다는 소리와 똑같습니다! 🐶
미싱으로 박는 건 깔끔하게 포기했습니다. 나중에 옥탑방으로 가져가서 행복이 옆에 앉혀두고, 머리카락 끝이랑 발끝 부분만 손바느질로 콕콕 집어서 고정해 주려고 합니다. 초보에겐 손바느질이 훨씬 안전하니까요!
어쨌든 40분 복도 대기 해프닝부터 시보리 개수 착각까지 우당탕탕이었지만, 드디어 2기 과정 첫 완성작인 '엄마표 기본 티셔츠'가 멋지게 완성되었습니다!
그렇게 오전에 기본 티 하나를 겨우 끝냈는데, 오후에는 갑자기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다음 상대는 무려 전통 한복 케이프였습니다. 시보리 네 개와 씨름한 사람이 과연 한복은 제대로 만들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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