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수업에서 기본 티셔츠를 무사히 완성하고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오후 수업 시작부터 예상치 못한 대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을 착각하시는 바람에, 원래 여유 있게 만들어야 했던 '강아지 전통 한복 케이프'를 단 1시간 만에 완성해야 하는 미션이 떨어진 겁니다!
"여러분, 지금부터 딱 1시간 남았습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졌습니다. 사진이고 뭐고 찍을 겨를도 없이 오직 완성을 향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
🌸 한복 자수를 살려라! (10cm가 15cm가 된 사연)

오늘 만든 케이프는 한복 원단으로 2단 프릴을 잡고 위쪽에 고급스러운 깃을 달아주는 형태였습니다.
원래 도안대로라면 1단 프릴 높이는 10cm, 2단 프릴은 7cm로 재단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선택한 한복 원단에는 너무나 고급스럽고 예쁜 꽃 자수 무늬가 길게 놓여 있었거든요. 도안대로 10cm를 딱 잘라버리면 이 예쁜 자수가 중간에서 싹둑 잘려 나갈 판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원단을 보시더니 바로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어머니, 이건 도안 수치보다 무늬를 살리는 게 훨씬 예뻐요!"
선생님 말씀대로 꽃 무늬 전체가 살도록 통으로 잘라내다 보니, 본의 아니게 1단 프릴 높이가 15cm나 되는 롱 프릴 케이프가 되었습니다. 3면을 오버록 친 뒤 안으로 살짝 접어 박아 깔끔하게 밑단을 정돈하고, 드디어 주름을 잡는 '셔링'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 90cm 원단을 36cm로... 행복이 목둘레의 위엄
프릴 원단 위쪽을 땀 크기 5(가장 넓은 땀수)로 길게 박은 뒤, 밑실을 살살 잡아당겨 주름을 자글자글하게 만드는 '셔링'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번 '목 근육 발달형' 행복이의 체형이 빛을 발합니다. 우리 행복이 케이프에 들어가는 프릴 원단의 가로 길이는 무려 90cm였습니다! 이 90cm짜리 원단을 잡아당겨서 행복이 목둘레인 36cm까지 줄여야 했습니다. 실이 끊어질까 봐 조심조심 살살 당기는데, 손가락은 아프고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정말 식은땀이 나더라고요.
겨우겨우 36cm를 맞추고 보니 문득 깨달았습니다. 완성되었을 때 실제로 가장 많이 보이는 건 강아지의 '등판' 쪽이잖아요? 프릴 주름을 잡을 때 전체적으로 똑같이 나누기보다, '등판 중심 쪽에 프릴을 더 풍성하게 모아줬으면 훨씬 예뻤겠구나'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이날은 정말 1시간 안에 끝내느라 정신이 없어서, 정작 90cm 원단과 씨름하던 셔링 과정은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했습니다. 😂
🛠️ 붕 뜬 깃, 그리고 무서운 티 단추와 펜치

프릴 2단을 겹쳐 상단에 고정 박음을 해두고, 반으로 접어 다려둔 깃 원단 안쪽에 프릴을 끼워 넣어 박았습니다. 그리고 겉면에서 모양을 잡기 위해 깃 가장자리를 따라 겉상침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제한 시간 1시간에 쫓기며 급하게 박다 보니, 안쪽에서 프릴을 고정했던 초반 바느질선이 겉으로 살짝 삐져나와 보이고 깃 마감 부분도 딱 겹치지 않고 살짝 붕 떠버렸습니다. 깃에 심지를 다려 붙이지 않아서 힘이 없었던 것도 한몫했고요.
하지만 진짜 최후의 난관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목을 채우는 '티 단추' 달기!
티 단추는 총 4개 부품이 한 세트인데, 전용 펀치 기계로 수평을 정확하게 맞춰 누르지 않으면 단추가 찌그러져서 잠기지 않습니다. 역시나 초보의 손길에 단추가 살짝 비틀어져 달리고 말았습니다. 😅
결국 선생님께서 구원투수로 나서셨습니다. 펜치로 찌그러진 단추를 꽉 깨뜨려 빼낸 뒤, 다시 새 단추를 달아주셨어요. 티단추 하나 다는 것도 이런 노하우와 도구가 필요하다니, 독학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현장 경험이었습니다.
🐶 아쉬움은 남지만,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어!
우당탕탕 1시간의 타임어택 끝에 드디어 '엄마표 전통 한복 케이프'가 완성되었습니다!

자세히 보면 깃 끝이 딱 맞물리지도 못했고, 바느질 선도 조금 오락가락하지만, 한복 원단 밑단에 원래 들어있던 붉은색 바이어스 선과 초록색 원단이 어우러져 제법 명절 분위기가 납니다. 다음번에 만들 땐 깃에 단단하게 심지도 붙이고, 깃 위쪽에 명절 느낌 나는 예쁜 자수 와펜 하나 딱 달아주면 정말 완벽하겠다는 아이디어도 얻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행복이에게 입혀봤는데....
음, 엄마눈에는 아무래도 우리 행복이는 여성스러운 2단 프릴보다는, 깔끔하고 댄디한 수트 스타일이 훨씬 잘 어울리는 보더콜리 믹스견입니다! 🥰
그래도 1시간 동안 그렇게 정신없이 만든 옷인데, 제대로 한번 봐야겠죠. 약간 어색해하면서도 엄마를 바라보는 행복이의 런웨이 착용 샷은 조만간 '행복이의 런웨이' 카테고리에서 따로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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